회 백반 집 미녀와 벽창호 돌쇠.
# 단 돈 1만원! 손님 끊이지 않는 회 백반 집 경남 고성의 인적 드문 한 시골 마을. 이곳만은 예외다. 점심때가 되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손님들로 들끓는 작은 식당. 전어, 볼락, 방어 등 철마다 다른 생선을 회로, 구이로, 무침으로 내놓는 회 백반 집이다. 올해로 식당 장사 43년째라는 전희순 씨(70세). 추석과 설 당일 이틀만 배고, 일 년 열두 달 쉬지 않고, 식당을 열고 있다. 손님이 물밀 듯이 찾아오는데, 가게 문을 열지 않을 재간이 없단다. 메뉴라곤 회 백반 정식 달랑 하나. 동그란 쟁반 가득 제철 생선으로 맛을 낸 반찬 10여 가지가 올라간다. 그런데, 가격은 단돈 만원이다. 6천원 받던 것을, 손님들이 알아서 조금씩 올려 주다보니 그나마 1만원이 됐다. 희순 씨가 손맛과 푸짐함 담당이라면, 남편 김명석 씨(77세)는 식재료 손질 담당이다. 새벽 다섯 시, 아내 희순 씨가 식당 문을 열고 반찬준비로 바쁜 사이, 남편 명석 씨는 그날그날 잡은 생선을 받아 식당 앞마당에서 손질한다. 생선 손질이 끝나면 밭으로 나가 무며 배추를 심는 명석 씨. 몸을 혹사하듯 일을 한 탓에 손가락이 망가져, 식당일은 못하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일손을 돕고 있다. 작은 키와 자그마한 눈, 새카만 피부의 명석 씨. 훤칠한 키에 동그란 눈, 새하얀 얼굴로 소싯적 ‘고성 미녀’ 소리깨나 들었다는 희순 씨. 일에 대한 열정 빼고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이들 부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 생활력은 만 점! 무뚝뚝한 남편 vs No 물욕! 해탈한 아내 희순 씨는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 육남매네 셋째 딸이었다. 어릴 적, 언니 둘이 식모살이를 살러 갔을 만큼 집이 가난했던 탓에 친정엄마에게 등 떠밀려 스무 살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결혼했다는 희순 씨. 상대는 생활력 좋기로 소문난 일곱 살 연상의 남자, 명석 씨였다. 소문대로 성실하고 부지런했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의 집 머슴살이도 마다치 않았다는 남편. 그런 남편을 따라 희순 씨도 쉼 없이 일하다 보니 어느 날 집이 생기고, 가게가 생겼으며,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 하고 살게 됐다. 하지만, 희순 씨는 딱 하나 더러 서운할 때가 있다. 밥을 먹을 때도 말 한 마디 않고, 손 한 번 제대로 잡아준 적도 없는 남편의 무뚝뚝함 때문이다. 말을 걸어도 돌아오는 건 무응답이거나, “어디, 그런 쓰잘 데 없는 소리!!!”라는 핀잔뿐. 그래도, 남편이 처가 식구와 자식들에게 헌신적이기에 묵묵히 참고 살았다. 아침마다 희순 씨의 여동생이 하는 가게로 향하는 남편. 당신들처럼 식당을 하는 처제네를 위해 생선이며 채소 등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것이다. 희순 씨의 여동생에게 명석 씨는 아버지 같은 사람이다. 시집 갈 돈을 대준 것은 물론, 식당을 시작할 때도 물심양면 도와줬다. 뿐만 아니다. 본인에겐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인색하지만, 자식과 손주들에겐 거금 몇 백만 원을 용돈으로 줄 만큼 통이 크다. 평생 생일 한 번 챙겨준 적 없고, 남편에게 받아본 선물이라곤 비녀 하나가 전부지만, 남편의 속 깊은 성정을 알기에 아내는 오늘도 해탈한 듯 웃으며 산다. # 나도 여행이 가고 싶다 vs 티브이에 나오는데 뭔 여행?! 아내는 일평생 옷이나 화장품을 사본 적도 없고, 미용실에도 가본 적이 없다. 남편도 본인에게 돈을 안 쓰는데, 자신이 어찌 돈을 쓰겠냐는 거다. 1년 열두 달, 식당에 붙박여 살다 보니 꾸밀 여력도 점점 없어졌고, 머리도 가위로 대충 자르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가게 일을 마치고 부부 둘이 티브이를 보며 쉬던 차에 일이 터졌다. 여행 프로그램을 보는 게 유일한 취미라는 명석 씨. 여느 때처럼 해외 각국의 풍경을 담아낸 여행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웬일로 불쑥 아내의 서운함이 튀어 나왔다. “남편과 평생토록 여행 한 번 가본 적이 없어요.” 동년배 친구들은 일손 내려놓고, 다들 여행도 하고 즐기며 사는데 희순 씨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으니 서운할 만도 하다. 하지만,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관광 가는 것보다 티브이로 보는 게 훨씬 나!”라는 명석 씨. 희순 씨의 푸념이 길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결국, 명석 씨는 말문을 닫아버리는데... 남들처럼 소박하고 평범한 행복을 바라는 아내와 먹고 사는 일에만 온 정성을 쏟는 남편. 과연 이들은 남들처럼 소박한 호강을 누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