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왕 8년 봄. 어느날 경주 황룡사 지해법사를 궁중으로 모셔 50일간 화엄산림법회를 열게 한다. 이때 지해법사를 따라 온 시봉 묘정은 매일같이 우물 속을 들여 보며 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한숨을 쉰다. 이런 묘정 곁을 지나가던 궁녀들은 그녀의 생김새로 수다를 떨고, 이 소리를 들은 묘정은 마음에 증오로 가득 찬다. 이에 지해법사를 찾아 하소연을 하고, 법당으로 가 수양하려하지만 미움은 가시지 않고 외로움만 더 커져 간다. 그럴수록 기도에 정진하는 묘정은 어느 날부터 매일같이 우물에 나타나는 자라에게 먹이를 주며 자신의 소원을 중얼거린다. 드디어 50일간의 화엄산림법회가 끝나 갈 무렵 묘정은 풀이 죽은 채 자라에게 자신이 돌봐 준 것에 대한 선물로 무얼 주겠냐고 묻고는 이별을 고하는데, 자라가 갑자기 목을 길게 빼더니 입 밖으로 오색영롱한 구슬 하나를 내민다. 그 구슬을 받아 든 묘정은 그 뒤로 답답함도 사라지고 마음속에 있던 어두운 그늘도 사라지자 모든 사람들을 자비로운 눈으로 보게 된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도 묘정을 이전과는 달리 환대하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마지막 법회가 있는 날 왕을 비롯하여 왕후와 공주 그리고 문무백관들이 모두 모여 공양을 하기 위해 법당으로 찾아오는데 왕은 묘정을 보자마자 한 눈에 마음에 들어 한다. 이 후로 왕은 묘정을 궁에 남도록 하고 자신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못하게 한다. 왕과 모든 사람들에게 예쁨을 받기 시작한 묘정은 어느새 불자의 길을 잊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신으로 당나라로 가게 된 잡간이 왕에게 묘정과 함께 가야 이로운 일이 생긴다며 간곡히 간청 하자 왕은 하는 수없이 허락한다. 당나라로 가게 된 묘정은 그 곳에서도 황제는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환심을 사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대신 가운데 관상을 보는 지관 한 사람이 묘정은 존경할 인물이 못돼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 하는 것으로는 분명 신령한 물건을 몸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이로 인해 묘정의 품속에서 영롱한 구슬을 찾아내고, 이는 당나라 황제가 잃어버린 네 개의 여의주 가운데 하나임이 밝혀져 쫓겨나게 된다. 묘정은 신라로 돌아오게 됐으나 이제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음은 물론 예전과 같아지자 우물가에서 매일 같이 자라를 기다린다. 하지만 자라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고, 자라와 여의주에 대한 증오심만 커져간다. 결국 매일같이 우물을 들여다보며 사람들에게 미쳤다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받던 묘정은 어느 날 우물 안으로 사라진다.